“시간 관계상 애국가 제창은 생략하겠습니다.”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 국회 입법조사처 주최로 열린 ‘자본시장에서의 과징금 제도 변화방안’ 공청회 개막식에서 사회를 맡은 민주통합당 모 의원 보좌관은 이렇게 말했다. 국민의례가 끝난 직후였다.

그는 다음 순서를 진행하려다가 문득 생각난듯 좌중을 향해 “민주당은 원래 애국가를 부릅니다. 어느 정당하고는 다릅니다”라고 씩 웃으며 말했다.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자본시장의 주가조작사범에 과징금을 부과할지를 논의하는 자리에서 종북(從北)혐의를 받고 있는 통합진보당이 간접적으로 언급된 것이다.

마침 이날 민주당은 검찰의 지난 21일 진보당 압수수색에 대해 “헌정사상 초유의 사건이자 명백한 야당 탄압”이라고 비판했다. 그런 민주당에서도 공식행사에서 애국가를 부르지 않는 진보당의 행태에 대해서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진보당의 유시민 공동대표는 지난 10일 당 전국운영위원회의에서 “국민의례를 거부하는 것이 그렇게 가치 있는 일인가”라며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서울대 정치외교학부의 한 명예교수는 “애국가를 부르지 않는 행태나 당 강령 등을 볼 때 진보당은 대한민국에 대한 애정이 조금도 없어 보인다”고 꼬집었다. 국민들 사이에서도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인터넷 포털게시판에는 “진보당은 어느 나라에서 국회의원직을 부여받는 것이냐”(아이디 l230****), “가사를 몰라서 안 부르는 것 아니냐”(hwan****)는 등의 비난 글이 줄을 잇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박원석 진보당 새로나기특별위원회 위원장은 24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국민들이 불편해하고 당의 국가관이 의심을 받는 상황이라면 그 문제를 바꾸기는 어렵지 않다”며 진화에 나섰다. 그는 “종북이라는 프레임에 동의하지 않으며, 진보당 정강정책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항변했다. 검찰도 일단 “진보당의 종북 혐의에 대해서는 수사계획이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국민들은 그러나 여전히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남한에서 자란 사람들이 북한사람과 똑같이 행동하며 대한민국의 근본을 흔들고 있다”는 조명철 새누리당 비례대표 당선자의 말이 귓가에 울린다.

임도원 증권부 기자 van7691@hankyung.com